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은 한국인의 심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성격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주변 국가들 간에 특정 성격 특징을 일반화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문화, 역사, 전통 등이 각 국가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는 개인 차원에서 다양성을 나타냅니다. 문화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은 유교적 전통을 공유하며 집단주의 문화를 지녔지만, 이는 개인 차원에서 다양성을 가집니다. 특히 중국과 같이 국가 규모가 큰 경우 지역, 계층, 세대 등에 따라 성격 특성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국가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편견 없이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국제적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한국의 문화적 특성은 무엇이며 한국인의 성격적 독특성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노력한 여러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문화의 특성
한국문화의 특징에 대해서는 여러 사회과학자들이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최재석(1994) : 한국인의 일 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생활양식을 근거로 하여 한국문화의 특징을 가족주의, 감투지향 의식, 상하서 열 의식, 친소구분 의식, 공동체 지향 의식이라고 주장.
김경동(1993) : 사회조직에 초점을 맞추어 위계 서열적 권위주의, 연고위주의 집합주의, 인정주의, 의례주의적 도덕성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특성이 유교적 전통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
송호근(2003) : 한국 인의 사회심리적 특성을 평등주의, 의사사회주의, 낙 관주의, 권위주의, 이기적 자조주의, 독단주의, 가족주 의, 연고주의, 엘리트주의, 국가중심주의로 지적하면서 역사적 발전과정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주장.
정수복 (2007) : 시기적으로 개화기 이전의 종교사상과 문화전 통에서 유래한 보다 근원적인 문화적 특성과 19세기 후 반 서양의 근대화 영향으로 파생되어 나타난 문화적 특성을 구분하면서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세적 물질주의, 감정 우선주의, 가족주의, 연고주의, 권위주의, 갈등 회피주의를 제시했으며, 후자에는 감상적 민족주 의, 국가중심주의, 속도지상주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 수단방법 중심주의, 이중규범주의를 포함시킴.
최근에 유민봉과 심형인(2013) :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문화합의이론에 근거하여 5개로 압축하여 제시하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거주하면서 다수의 한국사람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다양한 직종의 외국인 43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한국(또는 한국 인)의 특성을 하나 또는 몇 개의 단어로 적어주십시오"라는 지시문을 제시하고 10개 응답을 해 주도록 요청했습니다. 이들의 다양한 반응을 63개 항목으로 정리하여 대졸 이상의 37명 내국인에게 이들을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였고, 이렇게 분류된 자료를 다차원적 도법과 네트워크분석기법을 사용하여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실중적 자료와 분석기법을 사용하여 발견한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기 인식 : 공적 자기의식
한국문화를 특징짓는 여러 가지 특성 중 하나로는 '타인 시선 의식', '타인과의 비교', '이미지 중시', '외모 중시', '유행 민감', '대세를 따름', '눈치', '과시적임', '모호한 태도', '우회적 의사표현', '의사표현이 소극적임'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생각하는지를 많이 의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확인하고, 공적 자아의식이 강하다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개념에 대한 고민은 이러한 경향의 한 예다.
Mead(1934)는 자기를 개인의 신념과 충동에 의해 행동하는 '주체로서의 나(I)'와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의 요구를 대표하는 '객체로서의 나(me)'로 구분하고,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에서는 자아의 형성이 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고 이해합니다. 이에 따라 서양 문화에서는 '주체로서의 나(I)'가 강조되는 반면, 동양 문화에서는 '객체로서의 나(me)'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많이 하는 것은 자아 개념이 'me'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인의 자아 개념은 Fenigstein 등(1975)이 제시한 공적 자아의식이 강하다는 특징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공적 자아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외모나 유행에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한국 문화에서 인간관계와 사회적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개인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이 강조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2) 개인-집단 관계 : 집단 중시
한국문화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끼리끼리', '학연·지연 중시', '가재는 게 편', '잘 뭉치는', '가족 중시', '관계 중시', '집단압력', '모임 중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한국사회에서 '집단중시' 문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주로 학연, 지연, 혈연을 중심으로 한 내집단에 대한 유대성이 강하며, 외집단에 대한 배타성이 강조됩니다. 이는 혈연과 지연을 통한 1차적 집단 소속감과 충성도가 높음을 나타냅니다.
한국인은 동문회, 회식, 경조사 등을 중시하여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된 이차적 집단에서도 동문, 근무부서, 입사동기 등을 기반으로 내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로서의 소속감을 중시하는 특징을 나타내며, 혼자서 살아가는 것보다 타인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방식에 익숙한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집단압력이 회식이나 경조사 참여뿐만 아니라 가족동반 모임, 기관 이벤트 참여, 조직 관행 수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3) 인간관계의 기반: 온정적 인간관계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 중 세 번째 범주에 속하는 단어들은 '정(情)' '친근한' '타인에게 관심 가지는' '배려' '조화' '협동' '겸손'입니다. 이러한 단어들의 묶음에는 '정'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로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 에 반영된 한국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온정적 인간관 계'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인의 온정적 인간관계는 공유적 관계의 속성을 많이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유적 관계가 공유하는 대상을 욕구나 행복과 같은 비금전적인 것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주로 인지적 측 면을 강조하는 반면, 온정적 인간관계는 정과 같이 정 서적 교감이나 친밀감, 관심, 겸손과 같은 정서적 측면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4) 사회의 권위구조: 위계성 중시
한국 문화의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들 중 몇 가지는 '나이 중시', '연장자 우대', '가부장적', '보수적', '서열 중시', '계층적', '지위 중시', '명분 중시', 그리고 '체면' 등이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한국 사회에서 위계성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반영한다. 한국인들이 나이를 중시하고 연장자를 존중하는 가부장적인 관습은 주로 유교적 전통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 권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성취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법적인 권위가 공존하며, 이러한 권위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문화는 권위에 기반한 수직적인 위계 문화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사회의 권위 구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는 Hofstede(1982, 1991)가 소개한 '권력거리'입니다. 권력거리는 상대적으로 권력이 약한 구성원이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를 수용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한국은 이러한 권력거리가 큰 사회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는 사회 내에서 불평등한 위치를 당연시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과 대립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Hofstede(1991, 1995)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권력거리가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조사되었으며, 66개국 중에서 27~28위에 해당합니다.
(5) 사회의 보상구조: 결과 중시
한국 문화를 특징짓는 또 다른 단어 범주에는 '결과 지향적', '성공 지향', '치열한', '경쟁적', '계산적', '돈(물질) 중시', '바쁜', '여유 없는', '서두르는(성급한)', '빨리빨리', '대충대충'과 같은 표현들이 속합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결과를 중시하며 성취를 향한 행동적 특성들을 강조합니다. 이를 '결과 중시'라는 범주로 명명한 것은 이러한 가치와 특성이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의 결과 중시 특성은 사회적 보상이 목표 달성 과정보다는 성취한 결과에 주로 의존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표현인 '빨리빨리'와 '다이내믹하다'는 한국이 짧은 기간에 경제 발전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성과는 경쟁과 열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과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보상 구조 또한 큰 역할을 합니다. 마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목표 달성의 결과가 강조되고 보상되는 한국사회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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